가리 주걱 삼형제봉 150920
코스 : 자양6교(04:10) - 가리능선 - 가리봉(08:00) - 주걱봉(09:50) - 삼형제봉(11:45) - 신신골 내려섬(13:30) - 쇠리교(15:50)
오는 시월 까치발로 건너보며 설악에 든다.
조급함도 조바심도 이제는 아니니, 이어 흐르는 모든 계절의 틈새같은 옆모습이라도 엿볼수 있다면.
야금야금 초록 바다 삼키며 물들어가기 시작하는 단풍이 싱그럽다. 첫물 마중의 반가움과 설레임으로.
예전에 우회했던 주걱봉, 초행의 삼형제봉, 모두 꼭지에 올라본다. 아찔한 고도감으로 사방 조망 좋은데, 박무 자욱 텁텁한 날씨라 원경은 신통치 않다. 환절기 산행 실감이겠지만, 사계의 귀속없는 수많은 저 날들이 거침없이 흐르는 시절의 맨얼굴 아니랴 싶기도 하다.
하산길로 잡은 신신골. 그다지 볼만한 경관 없는 편인데 상류부는 암반이 미끄러워 걸음 조심스럽다.
발바닥 편해진 중류쯤에서 물 맞으며 몸 식히기도 하면서 여유롭게 쇠리로 하산.
서북릉의 새벽. 중대청봉 비낀 동녘이 붉은 걸 보니 해뜨기 직전인갑다.
잠시 기다려 해를 볼 수도 있겠지만 미련없이 걸음 옮긴다.
등뒤로 불쑥 해가 솟아오르나 싶더니,
숲을 파고드는 아침 햇살이 붉은 단풍을 더욱 붉게 달군다.
단풍산행 나온듯 잠시나마 즐거운 착각에 빠진다.
투구꽃 피는 구월...
점봉산 건너본다.
박무에 흐린 하늘이지만 대기는 부드럽고 날망은 서늘하다. 낮은 각도로 흠뻑 쏟아져드는 아침빛이 겹겹 산릉들을 날카롭게 벼리며 간다.
서북릉의 아침
다시 점봉
안산 건너보다
가리 북릉에 해당하는 12연봉 능선이 숲 사이로 든다.
가리봉 오를 때까지 오르내림 팍팍하지만, 내내 저 모습 보고가는 산길이라 힘들지만은 않다.
멀리 방태산릉이 흐리다. 새벽과 이른 아침빛에 원근산릉 보는 즐거움이 무박산행의 가장 큰 묘미일 터.
시야 좀 더 깨끗했더라면 싶은 욕심이지만 이만이라도 어디랴.
조금 더 오른쪽(인제 현리쪽) 슬쩍 당겨본 구름의 바다
두어 봉 더 넘어야 가리봉 꼭지.
점점 붉은 반점 찍어가며 초록 밀어내고 있는 시절, 이맘때 설악은 첨인 듯하다.
다시, 점봉과 방태쪽.
대기 맑다면 저 사이로 오대가 떠올라야 하지만 감감 무소식이다. 아마 오늘 중으론 힘들 터.
같은 꽃인데 꽃빛이 조금씩 다르다.
햇살 때문에 그리 보이는 것이거나 개체마다 달리 발현된 꽃의 개성이거나.
12연봉과 안산릉은 정상 다다를 때까지 실컷 보며 간다. 좀 단조롭기도 하지만
원근과 계절 더한 산빛 덕분에 장소마다 보는 느낌이 달라서 좋다.
용담도 많이 보인다. 내 단순한 편견이지만,
파랑에서 보라를 아우르는 투구와 용담의 빛깔이 이 계절 꽃빛인 양 각인되어 있다.
가리봉 오르며 지나온 봉우리 돌아보다.
아침 역광에 잠긴 설악의 단조로움은 무건 몸을 더욱 무채의 무념에 젖어들게 한다.
다시 당겨본 점봉과 남설악. 조만간 현란하게 불을 뿜어댈...
내륙 운해 등지고 불쑥 솟아난 둥근 거암봉, 대개 주걱의 첫인상은 충격이라 했다.
늦가을 한낮의 그날과 달리, 아침빛 물리치는 오늘 저 모습은 허공에 걸린 거대한 구멍같다는 느낌.
역시나 충격이었던 안산의 첫인상과는 전혀 다른 단순함이 주걱을 사로잡고 있다.
가리봉 정상에서
산사람들 너머...
한석에서 매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안가리산리 쪽으로 이어지는 가리남릉
산정에서 건너보는 안산릉.
눈부시지 않는 암릉들이 조금은 아쉬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산정을 내려서면서
주걱으로 향하는 능선에서
조망처마다 기웃거린다.
사실 오늘 코스, 단조롭다면 단조롭다. 돌아와 나중에 되새겨보면
강렬하기 그지없는 주걱봉 인상만 가득하여 그 바깥이나 너머는 빈곤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허나 저 주걱 거암봉, 설악은 물론이고 전국 어느 산에서도 닮은 바 없는 독특한 위상으로, 남설악 풍광의 당당한 한 축을 차지한다. 둥글고 부드러운 점봉 번갈아 건너보면 그 느낌은 더욱 절실해진다.
촛대봉, 빛의 방향 거역하며 겹쳐지는 그림자인 양...
돌아보다
주걱봉 오르는 이들을 당겨본다.
줌능력이 애개개다~
주걱봉 전 촛대봉(?) 바위사면 횡단하는 곳의 로프는 사라지고 없다.
조심스레 건너간다.
주걱의 동쪽 암릉으로 직등할 능력은 되지 않으니, 서남쪽으로 올라본다. 예전에 조금 오르다 말았던 곳이다. 지금은 암벽 하단에 고정자일이 있어 발길 유혹한다.
이후 구간, 좀 조심스런 곳 있다. 바위 익숙한 이라면 몰라도 뚜벅이들에겐 아마 한계수준의 코스겠다.
주걱봉 정상부에서 건너보는 서북릉
돌아본 가리봉
당겨본 촛대
아랫쪽 암벽이 예전의 고정로프 사라진 횡단지점이겠다.
주걱봉 내려서며
느아우골 안부 향해 가파르게 내리는 길, 갓 물든 싱싱한 단풍이 곱다.
다가가며 보는 삼형제봉
가리 주걱 그리고 저 봉우리를 함께 삼형제라 이른다는데, 위로 둘은 제 이름 있으니
막내가 삼형제봉 이름을 독차지했다.
삼형제봉 북서사면에 초롱꽃 몇 보인다.
바위꾼 아니라면 삼형제봉 정상 역시 직등이 불가하다. 서쪽 안부에서 사면 거쳐 북릉에 이른 후
배낭 벗어놓고 정상 다녀온다. 위험한 데 없으나 코박을 듯 가파르다.
삼형제봉 정상에서 보는 안산
주걱봉과 가리봉
서쪽으로 이어지는 1245봉
구름바다 걷힌 방태산쪽
서북쪽 멀리 흐릿한 대암산릉
북릉 조망바위에서
조망바위에서 돌아보는 주걱봉
뒤돌아보는 삼형제봉
1047봉 전에서 무난한 지능선 하나 잡아타고 신신골로 내려선다.
바위떡풀
신신골에서
상류는 바위가 미끄럽다. 파릇한 이끼 엷게 덮여 걸음이 몹시 조심스럽다.
내려오면서 본 바로는, 1047봉까지 가서 서쪽 능선따라 내려서면 상류부 조심스런 구간을 한결 줄일 수 있을 듯하다.
또 굳이 신신골 관심없으면 북릉따라 끝까지 가도 되고.
도중 물맞이로 몸도 식혀가며 어슬렁 내려오니...
예상시간을 훨씬 초과했다.
쇠리마을길에서 올려다본 안산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