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지맥 두모고개 - 앵산 - 개안고개 130821
코스 : 두모고개(09:00) - 제석산(09:47) - 장터고개(13:05) - 333봉(14:35) - 앵산(정자 16:26) - 솔병산(17:11) - 개안고개(18:00)
섬의 지맥이란 발상은 꽤 흥미롭다. 산자분수령 원칙을 고수한다면 바다 건너는 지맥은 애시당초 어불성설이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산천이 풍속과 지리를 잇고 나누던 시대는 지났다. 현대에 재발견된 대간정맥(산경표)은 기존의 관점이 지닌 중세적 한계를 넘어 새로운 지평을 모색해야만 했다. 자칫 시대착오가 될 수도 있었다. 결과, 종주산꾼들의 마루금 잇기 데이터베이스로 접속되는 진화를 겪으며 산경 개념은 독보적 효용과 생명력을 얻었다. 인문지리의 속박을 벗어난 그것은 꽤 매니아틱한 자연주의의 세계를 넘본다. 한층 융통성 발휘하여 한반도뿐만 아니라 부속 섬들까지 확고히 장악한 새로운 산경도는, 전국토를 거미줄처럼 촘촘하고 아름답게 직조하여 지칠줄 모르는 발품들에게 무한영토를 제시한다.
마루금 잇기 아니라도 연육 섬산행은 발품 대비 재미 쏠쏠하다. 거제는 큰 섬이고 산 또한 솔찮게 많다. 10대명산 꼽는 자부심이다.
갠적인 취향엔, 꽃피는 연두 봄빛이 가장 좋았지만, 물빛 짙어지고 대기 투명해지는 가을도 썩 괜찮았다. 겨울과 여름은 흔치 않은 기억이다.
스무날 전쯤, 북병산행으로 섬지맥 잇기에 발들여 놓았다. 남북줄기 건너뛰어 오늘 다시 동서 줄기 잇는다.
팔월 하순임에도 불굴의 폭염 기승하는 기이한 시절, 전현직 대통령들과 인연깊은 장목면의 두모고개에서 걸음 시작하여 앵산 향해 간다.
시민들 산책로로 발길 잦은 제석산 앵산 전후를 제외하곤 풀숲 우거진 구간이 많다. 장터고개 일대는 길 제대로 드러나지 않아 난처할 정도다.
구간 최고봉 앵산은 조망 빼어나고 고도감 좋다. 바람도 시원하다. 바위군락 333봉은 전후 마루금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제석산은 주변 나무들 좀 쳐내면 기막힐 조망봉 위치라 살짝 아쉽고, 능선길 도중 예기치 않게 툭툭 트이는 그림들 훌륭한 곳들에선 뿌연 하늘이 원망스럽다.
역시 산행은 타이밍, 계절과 하늘이다. 풍경이란 공간을 가로질러 흐르는 몸에 맺혀드는 시간 이미지이니.
모든 사랑이 다 이루어질 순 없으니, 서로 비켜가는 찰나 불멸의 풍경으로 맺혀 떠도는 그림들.
삼켜지지 않아 오래 머금다 보면 결국 그 이미지에 삼켜지는 시간이 있다.
세상 바깥으로 솟아나는 영원같은 그 찰나를 회심回心이라 부른다.
돌이킬 수 없는 그 순간, 누구나의 한번쯤 그 때 그 시간.
두모고개 삼거리에서.
왼쪽이 가야할 제석산쪽, 오른쪽이 망월봉 방향. 건너 빼꼼 보이는 수평은 장목 앞바다.
장목 방향으로 잠시만 되돌아가면...
물탱크(?) 옆으로 능선 붙어오르는 계단이 있다.
마루금 따르지 않고 사면길 따라간다. 주민 산책로같은 제석산 등산로다.
내륙 더위 무색케 하는 섬 기온 예보에 살짝 쫄았으나, 다행히 바람 제법이다. 머리로 오르는 열기 식혀가며 걸을 만하다.
도중에 굽어보는 장목면 소재지. 가장 높이 보이는 산릉이 대봉산인 듯.
파리풀?
더위 감안하며 초반부 숨 고르느라 일행 모두 여유로운 걸음걸이,
길가에 핀 쬐그만 꽃들도 기웃거리며 간다.
이번엔 사면 오른쪽으로 우회
지맥 분기점 못미처 또다시 장목쪽으로 시야 트이는 곳 있다.
지맥분기점
계요등
저번 구간에서도 보고 궁금했는데 이제사 이름 알았다. 생김이 과연 등롱같다.
제석산 오름길에서, 멀리 지나온 거가대교 보인다. 썩 흐리다.
왼쪽 맨 첫 섬이 얼마전 박대통령 휴양 다녀왔다는 저도 아닐까 싶다.
??
제석산까지는 등로 잘 나 있다. 부자동네 거제답게 곳곳에 벤치나 운동시설이다.
잠깐 다녀와야 하는 제석산 정상부.
조망 트이면 사방 경관 기막힐 곳인데... 바다쪽도 아름답겠고 남쪽 산릉들도 한눈에 바라보이겠다.
거제의 산릉들, 잘만 정비하면 유명산 못지않게 명소노릇 할만한 곳 제법 많을 게다.
232봉 가며 숲 사이로 힐끗 드러나는 산릉들이 예뻐서 슬쩍 당겨보다.
제석산 이후, 능선 숲길은 대충 이런 분위기.
풀 우거지고 거미집 걸리적거리지만 내내 바람이 살랑거려 아주 힘들진 않다.
연초호 저수지 쪽 시야 트이는 곳에서 보는 국사봉(오른쪽)과 옥녀봉(왼쪽 멀리)
숨차게 치오르고...
바람 일렁이지만 어지간히 더운 날씨, 체력소모 많다.
바람맞이 골라 자리잡고 일찌감치 점심상 편다.
식후에 수월하게 간다
또다시 쉬어갔으면 싶던 곳
주민 산책코스인 듯한 258봉 조망데크에서 굽어보는 하청면.
왼쪽 멀리 가야할 앵산과 솔병산이 보인다.
장터고개 향해 간다
장터고개 내려서기 전
숲 사이 남쪽으로 시야 트인다
장터고개 내려서는 길이 아주 못돼 먹었다. 대나무들을 잘라 자빠뜨려 놓아 진행 조심스럽다.
도로 내려서기도 수월찮다.
왼쪽 밭고랑따라 나가 고개 남쪽으로 내려서거나, 절개지 상부면 오른쪽 풀숲따라 나가 이정표 있는 고개로 내려서거나.
밭고랑따라 내려선 지점에서 바라본 고개쪽
장터고개 건너서도 마루금 잇기 만만치 않다. 급수탱크 우회하는 철조망과 우거진 대숲 등등...
대숲 빠져나가면 비로소 뚜렷한 능선에 접어들고, 한동안 숨차게 치오른다.
장터고개 통과에 좀 애먹었지만, 우거지고 습한 숲에서 뜻밖의 수확(?)이 있었다.
에둘러 오르는 316봉. 비탈이 삼나무(편백)숲이다.
바람능선에서 숨돌린 후 조망좋은 바위지대 333봉까지 곧장 간다.
333봉 파노라마. 동쪽 대금산(좌)과 강망산(우)
강망산 오른쪽이 되는 남쪽. 옥녀봉과 국사봉, 515봉 등
어림잡아본 산릉들
계룡산과 오른쪽 멀리 뾰족한 산방산.
산방 좌우로 대봉산과 백암산이 활짝 편 학날개 형상이다.
앵산과 솔병산
하청 앞바다와 칠천도.
칠천도 너머 흐릿하게 보이는 건 마산 쪽. 쨍하니 맑은 날씨라면 무학산도 보일 듯하다.
조망좋은 333봉 정상부
잘 자란 나무들이 멋스런 숲이다.
333봉과 320봉 사이 임도
표지엔 앵산 5km라 적혀 있다. 실제보다 좀 길게 잡힌 듯.
임도에서 320봉까지는 잡초 무성한 길, 320봉에선 연초면쪽과 앵산쪽 능선으로 길 아주 좋다.
이제부터 조망 더러 트인다. 역시 하청면쪽
당겨보는 고현만 건너 산방산쪽
무릇?
고개에서 숨 돌린 후 앵산 향해 치오른다. 300대 지나 400대 고도로 올라간다.
이 구간 역시 숲이 좋다.
슬슬 남국 삘도 난다
지나온 능선 돌아보다. 산방산과 강망산 사이로 보이는 게 조망좋던 333봉이다.
국사봉 방향. 옥녀봉은 흐릿하다
역시 하청면쪽
기막힌 조망바위 있다.
가야할 앵산
앵산릉 남으로 흘러내리는 능선
숲 분위기 좋타~~
솔둥치 아래 누런 건 마른 이끼. 이 동네도 어지간히 가문 듯
??
앵산 정상부 빤히 올려다보이는 헬기장 공터
앵산마루 정자에서 둘러보다. 국사봉에서 계룡까지
계룡에서 산방
오른쪽 멀리 고성/통영 벽방산
앵산 정상석.
정상석과 삼각점이 서로 다른 곳에 있다(위지도 참고). 게다가 도움 안되는 이정표까지...
덕분에 정상석봉에서 북으로 방향잡아 내려서다가 되돌아왔다.
지나온 능선 뒤로 대금산과 강망산이 구름을 이고...
강망에서 국사봉 515봉까지
붐비는 고현만. 삼성중공업(조선) 자리잡고 있다.
이순신장군 폼이셔~~
삼각점봉 향해 가다
삼각점봉.
이게 따로 있는 줄 몰라서 괜히 알바(지도에 분명 표기되어 있었는데...ㅠㅠ)
솔병산 안부 내려서는 계단길이 디따 가파르다.
안부고개에서
바람 맞으며 숨차게 치오른 솔병산
고목 소사나무가 인상적이다.
개안고개 하산길. 길 좀 흐려 나침반으로 방향 잡으며 간다.
도중 시야 트이는 곳에서 굽어보는 칠천도
개안고개 날머리 역시 대숲.
그런데 고개 끝자락은 전원주택단지 조성 탓에 마루금이 벼랑이다.
길 사라진 고개로 직진 않고 주택지로 내려서서 마무리.
전원주택지 내려서며 건너보는 가조도 옥녀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