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 둔전골 130818
코스 : 진전사지 앞(04:45) - 둔전섬(06:00) - 첫폭포(06:25) - 큰폭포(07:58 아침식사) - 직골과 아홉사리골 합수점(09:01) - 능선 - 화채릉(10:55) - 화채릉과 관모능선 분기점(11:30) - 관모능선 갈림길 - 관터골 물건넘(12:38) - 관터골과 각수골 중간능선 - 합수지점(14:05) - 사방댐 옆 출입금지 팻말 - 관대교(15:01)
(폭포 위치는 추정임)
설악은 언제나 설레임이다. 마음의 거리 자주 아득해지지만,
생각만으로도 문득 출렁이며 휘어져오는 산물결들, 머무르지 않고 흘러가지만 사라지지도 않는 것들.
돌아보면 저어기 수평의 소실점에 하얗게 고여있는 빛의 경계...
이제 또 하나의 꿈과 빛을 겹쳐놓는다.
대청봉에서 뻗어나가는 화채 송암능선과 관모능선을 남북 분수령으로 삼아 동해 향해 흘러내리는 둔전골.
설악 여느 계곡처럼 흰 암반으로 이어지는 물길따라 크고작은 폭포와 물웅덩이들이 곳곳에 아름답다. 통상 계곡 산행의 끝지점이 되는 직골과 아홉사리골 합수부가 고도 650m 정도이니, 전반적으로 가파른 구간 없이 완만하고 여유롭다. 그래서일까, 도중엔 섬도 하나 있다.
계절산행 타이밍으론 적절한 조건이다. 수량 많지 않아 발 적시지 않고 갈만하고, 흐린 하늘은 암반계곡 쏟아지는 햇살 따갑지 않아 좋다.
최상류 직골과 아홉사리골 합수부 올라선 회음터라 불리는 펑퍼짐한 지점부터 능선길이다. 꼬박 두시간 가쁜 숨 토하며 800m 고도 가파르게 치올라 화채릉에 붙는다. 이후 관모능선 분기점까지는 화채릉 최고도구간인 셈인데, 몇 년전에 비해 더 우거진 느낌이다.
관모릉 갈림지점 공터에는 날아갈듯 바람 사납다. 대기엔 박무 가득하여 조망도 썩 좋지 않다. 대청봉 가지않고 곧장 접어드는 하산길.
설악 꼭지는 이미 가을냄새다. 무리지어 피어있는 산오이풀과 구절초랑 쑥부쟁이. 여름의 끝과 가을의 시작에 걸쳐 피어나는 꽃들에 잠시 눈길 빼앗기다가... 관모능선 덤불숲 속으로 빨려든다.
정글마냥 우거진 덤불이 사지 잡아채기도 하지만 등로는 뚜렷하다. 동향 관모능선길보다 관터 하산길이 상태 더 낫다. 아름드리 참나무들 하늘을 덮고 짙푸른 풀과 덤불이 허리 위까지 우거지는 울울창창 호젓한 숲길. 일행들 살짝 뒤처져 심호흡하며 걷는 맛이 그만이다. 서북릉 역시 고목들 많고 우거졌지만 길 워낙 뺀질하여 깊은 맛 덜하다.
기분좋게 능선길 내려서면 관터골 상류. 전후 물길 살펴본다. 꽤 거칠다. 아름다운 둔전골의 여운 채 가시지 않았으니, 칡떡폭포조차 구미 동하지 않는다. 사면길 따라 올라 관터우골과 각수골 사이 능선에 붙는다. 오늘 이 하산길, 관터에서 대청봉 이르는 최단코스인 셈이다. 아마 나물 뜯고 약초 캐는 이들, 꽤나 오래전부터 드나들던 길이었을까. 묵은티 나서 예쁜 길, 오색길처럼 포장도 아니라서 좋은 길, 함께 걸어도 혼자인양 호젓하여 더 운치로운 길이다.
물 건너온 산길은 분위기도 달라진다. 마사토질 능선엔 쭉쭉빵빵 미인송들 즐비하다. 바위로 깍은 산 설악이 아니라, 울진 봉화 어느 깊고깊은 육산릉 자락같다. 때로 담소 나누며 살모사도 쫒아가며 앞서거니 뒷서거니 걷는 오솔길, 눈밝은 일행들 약초도 한두 뿌리 캐기도 하며...
능선 막바지, 좌우로 물소리 들리고 저 멀리 날머리 도로 보인다. 밧줄 잡고 가파르게 내려서면 관터골과 각수골 합수점.
햇살 따갑고 집채만한 바위들 눈부시다. 너른 계곡 간만 잠깐 보고서 골옆 숲길로 접어든다.
물소리로만 즐기는 계곡, 관터골 최하류. 예쁜 오솔길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관대교까지.
관터골로 오르지 않고 둔전골 오른다 했을 때 일말의 아쉬움 들었다. 다름아닌 진전사지 때문.
이 땅에 선종을 도입한 도의선사가 개창한 절, 예쁜 삼층석탑과 선사의 부도가 있어 더 궁금하던 곳.
허나 미련으로 남은 애틋함은 때로 즐거움이다. 막연할수록 다짐 더 여물어지는 훗날의 기약.
진전사지 좀 지난 삼거리에 차를 내린다.
열이틀 흐린 달빛 아래, 머리에 불달고 밤길 도와 걷는다. 후텁하다. 영동지방이 요즘 많이 덥다 했던가.
공사판 벌어져 있는 둔전저수지 지나고, 개짖는 큰 집 지나고, 비켜앉은 마지막 집도 지나..
희끗한 너럭암반 드러난 계곡으로 내려선다.
동트기 기다리며 물가에 앉는다.
새벽물빛은 고요했다. 소란스런 발걸음에 잠 깨는 물...
푸르게 열려오는 박명, 녹아들고 싶도록 고혹적이지만 사진 찍기엔 아직 어둡다.
둔전골 청량한 새벽 물소리에 홀려 성급히 카메라 들이댄다.
다시 걸음 추스린다. 험하지 않은 골산행하기엔 충분히 밝은 시간.
설악 더 깊은 물의 영토가 그토록 궁금했던 것이니.
미끈한 바위들을 넘어..
밤새워 달려온 피곤한 몸들이지만 계곡의 새벽빛에 원기 다시 일깨워진 몸, 하나같이 다들 날렵하다.
우회없는 협곡구간
수량많을 땐 조심스러울 듯. 혹은 많이 에둘러야 하거나.
실수로 장노출된 사진, 정물과 동물의 극명한 대비.
멈춰서 오래 바라보는 것들의 시선엔, 정물을 탐하는 동물의 욕망이 저토록 어지러웠다니...!
물 건너며 살짝 다친 분 있었는데 응급처치 완료 상황.
돌아보다
다같이 움직이지만, 물과 사람의 움직임이 다르다.
외길로 하얗게 응집하는 물, 허공 중에 흩어지고 번지는 몸.
돌아보다
둔전섬을 바라보는 일행.
근데 아지매만 혼자 어데 보노?
오른쪽이 둔전섬. 좌우로 물길 나 있다.
둔전섬으로 오른다.
막영할만한 장소도 있는 멋진 곳. 물론 홍수나면 고립이다.
아래는 1/5000 지도의 둔전섬(하늘색)
(원본출처: 맘짱님 블로그)
다시 go go~
덥지 않으니 다들 발 적시지 않으려 에둘러간다.
들머리에서 후텁하던 바람이 골깊이 거슬러 오르며 많이 식었다.
또 돌아본다.
흐린 동녘, 민낯의 아침.
팔월도 절반 꺽인 시절, 돌단풍들이 벌써 물들어 온다. 설악답다.
잠시, 모종의 상황을 수습하는 분위기~~
수량 많지 않은 여름 계곡,
위태롭다기보담 왠지 자꾸만 나른해지고 싶은 느낌.
수량 많으면 와폭 이룰 지점, 물 건너기도 수월치 않을 테고.
수량 많으면 와폭이라 할만한...
흔들렸네..ㅠㅠ
다들 여유롭다
돌아보다. 동해 굽어볼 아침 하늘빛이 심드렁하다.
저기가 첫 폭포. 물길은 숲에 살짝 가려 있다.
천불동 귀면암 축소판처럼 묘한 표정이 느껴지던 바위.
촬영각도가 별로 좋지 않은 듯.
첫폭포. 높다기보담 당당하면서도 예쁘다.
다양한 시선들, 엇갈리고 교차하는.
사물에도 시선은 있다. 특히 그것이 폭포일 바에야.
찰나로 반짝이며 뛰어내리는 수천수만의 눈...
폭포 위에서
폭포옆 암반에서 간식타임
출출하다기보담 자리 뜨기가 싫었던 것.
암반 흐르는 수면 가로질러..
아담한 물웅덩이다
햇살없는 하늘이 뜨겁지 않아 오히려 좋다.
저건 폭포라긴 뭣하고...
둔전골의 특징은 대부분 구간 바로 오를 수 있다는 것.
많은 구간 우회해야 하는 설악 다른 골들보다 화려함 덜하지만, 그윽한 맛 체감하며 오르는 산행 재미는 한결 쏠쏠하다.
꽤 깊어보이는 웅덩이.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우회하며 굽어보다
넌 머냐?
사계의 물소리 비바람소리 나 몰라라, 오랜 웅크림이 그대로 표정이 되어버린 듯.
아지매, 새신발 신고 폴짝폴짝 잘도 가네~~
요리 건넜다가 조리 건넜다가..
저어기 보이는 능선은 어디쯤일려나?
다들 잘도 가시는기라..
소폭에서
물들어가는 돌단풍이 계절 끝자락 운치 더하고...
바위와 물 가운데, 문득 홀로...
소폭 위에서 뒤돌아보다
기어이 들어가셨네^^. 역시 옷탕선수다운 내공.
수량많으면 쌍폭 이루며 위세 상당할 소폭
쪼까 용쓰이는 곳
당귀? 디따 크다.
우회하기 싫어 용쓰며 바로 넘어가다
이리 완만하게 이어지면 머잖아 꼭 폭포 나타나던데..
아니니다를까, 멀리 수직으로 걸린 큼지막한 물줄기 보인다
기분좋은 층층암반
오늘 답사하는 구간에선 규모 가장 큰 폭포다
둔전골의 중심인양 위엄있는 포스
에워싼 인간들의 각양각색 움직임들에도 폭포는 전혀 흔들림 없다.
곧고 바르고 거침없이, 그것만이 제 길이라는 듯.
억수로 시원하시겠씀미~~
물 건너기 싫어 폭포 오른쪽으로 오르며 돌아보다
폭포 위에서 굽어보다
폭포 위에서 물에 발 담그고 점심식사.
잠시나마 손과 입이 수고로운 동안, 여태 고생한 발은 신선놀음이다.
식후에 다시 오른다
청량골 합수점일까?
높진 않지만 그윽한 분위기 일품인 폭포
폭포 위에서 굽어보다
폭포 윗쪽에도 소폭이다.
저게 직골폭포, 즉 계곡산행 끝나는 합수점
폭포 너머 대청봉 향하는 직골의 거친 속살이 궁금하다.
누군가는 올랐겠지만 인터넷상엔 직골 답사기록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 곧 가파른 능선길 접어든다.
좌우로 두 물길이 모였다 나아가는 능선 들머리는 회음터라 불리는 곳이다.
나중에 앞선 일행에게 들은 바로, 바로 그 곳에서 모종의 무속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더라 했다.
능선 오르다 쉬고 있는 그들을 만났다. 내외인 듯한 젊은 남자와 여자, 그리고 백발성성한 할머니.
능선 들머리에 보이던 박지에서 하루 묵은 듯했다. 어떤 치성이었을지는 나름 짐작가는 바다.
쉽사리 접근 힘든 곳까지 와서 드리는 치성이니, 부디 소원성취하여 오래오래 행복하기를...
코박고 오른다.
다행히 공기 차고 바람이 좋다. 설악이다.
오를수록 고목 울창하다.
큰 바위 우회하며
바람개비같이 생긴 이 꽃, 마주송이풀?
화채릉 날머리. 가지많은 나무에 해둔 표시가 재밌다.
관모능선 건너보다.
이질풀 한창이다. 아니 이젠 끝물인가?
죽음의 계곡 건너 보는 외설악 전경.
너머로는 하늘과 바다가 한통속으로 흐리고 바람 사납다.
둔전골과 최상류 직골. 지나온 둔전골은 지릉들 맞물리며 휘청이는데 미답의 직골은 이름처럼 곧다.
왼쪽이 올라온 능선, 가운데 우회한 바위도 보인다.
화채봉과 송암능선. 둔전골의 남분수령
관모능선. 둔전골 북분수령
성급한 단풍잎은 벌써 가을빛이다
바람찬 능선분기점엔 산오이풀 한창이다.
조망 좋지 않고 바람만 사나우니, 호시절 풍광 더불어 수차례 오른 대청봉은 별무관심이다.
마침 대청봉 다녀오는 선두 일행 만난다. 함께 하산이다.
사진 한두컷 담는 사이 짱은 모자 부여잡고 잽싸게 내뺀다.
화채봉 함 더 돌아보다
등지고 가는 대청봉, 아득해지는 느낌으로 돌아본다.
오색에서 대청 오르는 이가 무어라 소릴 지르는데, 바람에 묻혀 들리지 않는다.
목하 설악 상봉은 바람의 절벽, 지척천리.
뒤돌아보니... 방금 지나온 능선엔 안개 밀려들고 있다.
들국 시절. 구월이 머잖았으니...
투구꽃일까, 비슷한 게 또 있던데..
관터향 능선 숲이 울울창창 아주 인상적이다
허리춤까지 잠기는 풀숲. 이름모를 꽃들과 덤불...
사이로 난 예쁜 길따라 간다. 오래 묵히면 행여 사라져버릴까 싶은 길.
국립공원 주등로에서 숲이 사라진지 오래다. 돌포장 대대적으로 해대면서부터일 게다.
허나 숲은 흙길로 온다. 물리치듯 제 영역 주장하며 명확히 그어진 길로는 오지 않는다.
사람냄새만 쩔어가는 그곳엔 숲도, 숲에 기대 사는 것들도, 비바람과 구름 지나가는 푸른 하늘도 오지 않는다.
산길을 너무 닦으면 산이 사라진다. 사라진 그 산이 여기 이 길에 머물고 있다.
금강초롱?
?? 날카로운 침같은 손톱 겨누고 있는..
관터골 상류 만나다.
몸 좀 시원하게 식히고... 사면길 접어든다.
엄청 큰 버섯.
좀 떼어 냄새 맡아보니 향은 좋은 편.
물 건너 각수골과 관터골 사이 능선 접어드니 잘생긴 소나무들이 많이 보인다.
에효~~
알통 자랑하냐?
설악에 이리 정겹고 예쁜 오솔길이라니..
필시 설악을 동네뒷산삼아 오르내리던 이들이 오래토록 다녔던 길.
저기 하얀 지점이 관대교쯤 되려나?
그나저나 고도 낮추니 다시 후텁지근해진다. 어서 물,물...
날머리 합수점, 기막힌 물맞이 포인트 있어 망설임 없이 뛰어든다.
흐미~~~ 쥑이는 거~!!
각수골 합수지점 와폭
큰 방구들 무성한 관터골
잠시 너른 골따라 내려가보지만 진도 느리고 짱배기만 따갑다.
사방댐 못미처서 왼쪽 숲으로 올라선다.
계곡 동쪽으로 예쁜 길 내내 이어진다
숲길 벗어나 날머리에서 보는 남설악.
저어기 우리가 타고 온 차도 기다리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