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릉 함백산 110125
코스 : 화방재(10:00) - 만항재(11:25) - 점심 - 함백산(13:15) - 은대봉(14:50) - 싸리재(15:20) - 두문동(15:50)
한여름 꽃철에 반대 방향으로 걸었던(070815 참고) 산줄기, 눈시절 매섭게 추운 날씨 골라 다시 걷는다.
무겁게 버티고 선 육산이지만 속살 훤히 드러낸 능선은 역시 겨울산답게 칼칼한 맛이 있다.
오르며 돌아본다. 고요하고 둥근 태백, 치뜨고 노려보는 흰 눈동자의 장산 너머 지나온 줄기들....
그림자 없는 한낮의 산정, 맨살에 닿는 서풍이 비수마냥 뜨겁다. 바람과 함께 멀리서 온 것들 햇살 아래 고요히 번뜩인다.
가는 눈 뜨고 걸어야 할 길의 구비를 헤아린다. 가장 먼 산은 소실점 안에 놓고 겹겹 메아리의 사방을 펼쳐본다. 산줄기들 저마다의 길을 열어 간다. 산으로 산을 밀어 산이 산을 떠메고 간다. 서로 넘보며 닮아간 것들 위로 촘촘히 밟아가는 발자국들 부서지며 쏟아진다.
지평 너머 사라지는 산줄기, 거대한 무의미를 해석하는 저마다의 안간힘들... 덧없는 되풀이의 시간.
참고 :
싸리재의 별명 두문동재는 과연 그이름대로였다. 꽁꽁 닫아걸어 차 오르지 못한다. 눈바람만 사납다.
간밤에 엷은 눈 지나가셨다. 화방재에서 오르는 들머리는 눈부신 꽃길이다.
숨 돌리며 장산 돌아본다. 군더더기 없이 장한 자태.
요런 걸 좀 예쁘게 찍는 재주 있었으면...
시설물 있는 공터에서 건너보는 함백산릉
철판때기 깐 헬기장에서 보는 장산과 매봉산. 당겨본다.
빗질한... 너머 백운산릉
함백산 전후 대간 능선, 중함백 너머 은대까지.
만항재.
여기저기 버스 보인다. 방금도 등산객 한 무리 내렸다. 한동안 좀 분답하겠구만...
눈길 밟아 만항재 이르니 문득 오랜 기억 한 자락 떠오른다.
십수년 전 어느 겨울, 펄펄 날리기 시작하는 눈 맞으며 홀로 사륜차량 몰아 만항재 넘은 적 있다. 저무는 시각임에도 장산콘도 값비싼 차 마시며 창 너머 설산 바라보는 여유까지 부린다. 만항재 도착하니 해는 저물려 하고 눈도 제법 쌓였다. 라이트 켜고 내리막 눈길 조심조심... 정암사 쯤에서 겨우 숨 돌리니 등에 식은땀이 흥건하다.
고한이나 사북쯤에서 묵어야 했으나 그 번잡함 싫기도 하거니와 이왕 내친 걸음, 깜깜 밤길 헤드라이트 시야에 수평으로 달려드는 함박눈만 홀린 듯 응시하며 몽환의 질주를 계속한다. 세상 밖으로 이어질 듯 칠흑의 밤길 끝까지 달리고픈 충동은 스멀스멀 온몸을 휘감아 오고....
얼마나 달렸을까? 멀리 홍등 혹은 조등처럼 빛나던 여관 표지 하나, 문득 엄습하는 피로와 허기 느끼며 망설임 없이 핸들 꺽는다.
화암 약수 지나서도 한참, 함박눈 내리는 밤 찾아들 손님이라곤 전혀 없는 산중 여관 화암장. 허옇게 뒤집어쓴 몰골 험한 사내 불쑥 들어서니 난롯가에서 졸고 있던 두 여인, 귀신이라도 본 양 미심쩍고 황당한 눈길로 한참을 제자리서 노려보기만 한다...
돌아보면 헛웃음이지만, 불현듯 정처없이 흐르는 마음 자주 사나워지던 시절(days of being wild)의 얘기...
만항재 건너 오르며
만항재에서 이어지는 백운산릉.
꽃꺽이재 거쳐 두위봉으로 이어지는 저 줄기도 좋은 시절에 꼭 함 밟아보고 싶은 곳이다.
육중한 함백 정상부와 중함백 거쳐 은대까지
함백산으로 이어지는 산길, 금새 많은 사람들 나타난다. 몇 팀 될텐데 저 가운데 끼면 아무래도 재미 없을 성 싶다. 태백산 굽어보며 바람 등진 비탈에 적당히 자리잡고 일찌감치 점심상 편다. 새벽밥 먹고 나와 은근 허기지려던 터다. 등에 지고 가나 배에 넣고 가나 무겁기는 한가지...
다시, 백운산릉
오르며 돌아보는 태백산릉. 왼쪽에 달바위도 보인다.
백운산릉과 장산릉 너머 지나온 대간 능선이 한눈에 든다. 옥돌 선달 소백... 당겨본다.
맨 왼쪽에 잘린 옥돌, 장산 뒤로 선달과 도솔봉릉, 오른쪽 소백 능선
태백에서 장산 사이에는 신선봉, 문수산(맨 뒷줄), 구룡산, 옥돌봉 선달산...
함백을 몇 번 올랐어도 저 하늘금 세세히 분별하지 못했는데, 직접 함 걷고 나니 이렇게 요연하다. 이 역시 산줄기 이어 걷는 재미의 하나일 듯.
백운산릉에는 하이원 스키장 슬로프도 보인다.
함백산정에서 보는 북쪽.
중함백 은대 금대, 너머 대덕산과 풍차 있는 매봉산, 멀리 귀네미 고랭지밭과 가장 멀리 두타 청옥...
조금 더 당겨본 모습
매봉산의 오른쪽, 즉 동쪽.
피재(삼수령) 지나 낙동정맥으로 이어지는 줄기와 삼척 응봉 육백산릉. 조금 더 당겨본다.
저 스키장은 멀까?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