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릉 태백산 110118
코스 : 화방재(10:25) - 태백산(12:25) - 부쇠봉 - 깃대배기봉(14:00) - 차돌배기(15:10) - 신선봉 - 곰넘이재(16:45) - 애당리 실두동(17:20)
여러 산악회 드나들며 대간코스 편승하다보니 겹치는 구간 생긴다. 차돌배기에서 곰넘이재까지, 별 재미없어 마땅찮지만 곰넘이재 내려서 눈덮인 임도따라 걷는 맛은 나쁘지 않다.
태백산은 워낙 낯익어 좀 심드렁이다. 다만, 화방재에서 주목군락까진 워낙 오래 전에 걸었던 곳이라 별 기억없이 새롭다. 특히 벼랑 이룬 서남쪽 사면 자주 기웃거린다.
태백 마루에서 관심있게 건너보는 산릉들이 때마다 다르다. 이번엔 당연 대간릉인데, 소백부터 지나온 봉들이 세세히 식별되니 눈맛 한결 더하다. 그러나 금대 매봉 이후 덕항산릉 일대와 낙동정맥 줄기는 아직 디테일이 보이지 않는다. 조망 좋을 때 골라 그 쪽도 함 걸어보아야겠다. 지도로만 그리는 산길에 발길 더해져야 산줄기의 입체와 원근이 비로소 요연해지리라.
사길령에서 굽어본 태백 방면
굽어보는 산빛.
화방재에서 오르는 능선, 서사면으론 바위들 제법 드러나 있는데 암데나 한 군데쯤 기웃거려 볼만하다.
돌아본 장산
유일사 네거리에서 보는 함백산릉
굽어본 유일사.
앞 봉우리 위 저 탑, 오늘 첨 본다. 생긴지 얼마 안 되는 걸까, 전에 내가 무심코 간 걸까?
다가가 보니 철책 둘러놓고 출입문마저 용접해 버렸다. 고풍이나 특별한 멋 없는 탑 자체보다 그 지점 조망이 궁금했었는데...
어슬렁 오르며 함백 건너본다.
참나무 하늘
낯익고 상투적인 정경들...
덕항산 방향
주목 군락지 가며
문수봉릉
문수 능선 너머 달바우 빵긋
지나온 능선이 한 눈에 든다.
왼쪽 신선봉, 그 뒤로 문수산, 가운데 비행기 사격장 뒤로 구룡산과 옥돌봉, 오른쪽 선달 거쳐 멀리 소백...
당겨본 모습.
구룡 뒤로 옥돌에서 선달로 이어지는 능선, 소백과 도솔봉까지...
굽어보이는 천평 계곡의 활주로 같은 시설물은 (부끄럽게 지난 주에야 첨 알았는데) 만들어진 지 30년쯤 되는 한미공군의 공대지 전술사격 연습장이다. 불안한 남북관계 탓인지 요즘 유난히 사격 훈련 많은 거 같다. 지난 주 구룡산에서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곡예 비행 정신사납고 사격 굉음 요란하다(상당히 기분나쁜 소음인데, 스필버그 감독 '화성침공' 영화에 나오는 외계인 우주선 공습 음향 비슷하다).
북한 비행장들 입지와 흡사한 천미터급 고산에 둘러싸인 너른 계곡이라 특별히 선택된 곳이라지만, 한편으로는 인근 산릉 동물들 다 내쫒고, 태백을 영산으로 섬기는 이들에겐 하필 왜 여기냐며 원성 자자한 곳이다.
태백시 또한 사격 연습장 대신 관광지로 개발하고 싶어 입맛 다신다는 곳...
태백을 굳이 영산이라 여기지 않는 내 눈에도 저건 좀 아니다. 천제단 놓인 산자락에 비행기 총질 연습장이라니... 하느님은 고사하고 산신령도 놀라 나자빠질 노릇이다. 무엇보다 태백에 대한 특정 관념을 지닌 수많은 국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매향리 사격장 없어진 지금 괌과 오키나와에서까지 미공군기들 날아와 태백산에서 사격연습한다고 한다. 천제단이 한낱 유물이 아니라 아직 쓰임과 의미를 지녔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사격장 옆 천제단은그 자체로 기막힌 코믹 호러 한 장면이다. 전투기들 곡예하듯 들까불며 우당탕탕대는 바로 옆 산정에서 근엄하게 차려입으신 양반들이 하느님과 단군께 제사 올린다...
단군을 신처럼 섬기며 고조선과 고구려 옛땅 만주벌판에서 히히힝 말 달리고 싶은 이 나라 허다한 민족주의자들께선 대체 몰 하는 걸까? 자기도취의 역사와 망상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지 말고, 저런 말도 안 되는 현실 풍경에 대해서나 좀 가차없이 시비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북서쪽. 장산 매봉산릉과 오른쪽 두위봉 능선...
남쪽, 부쇠봉에서 깃대배기로 이어지는 줄기 너머 각화산릉과 멀리 일월과 청량이 가물가물...
태백 정상 돌아보며
부쇠봉에서 문수봉 능선
부쇠봉 너머로 출렁이는 대간 마루금
돌아보는 태백 함백
부쇠봉에서 굽어보는 백천계곡과 청옥산 방향
당겨본 달바위봉 일대
더 오른쪽
문수봉 향
백천계곡
입간판 보니 지난 일 떠오른다.
몇 년 전 어느 여름, 일행 네댓이서 시원한 삼림욕 산행 한다며 넛재로 올라 청옥 깃대배기봉 거쳐 부쇠봉 찍고 백천계곡으로 내려선 적 있었다.
과연 깊게 우거진 숲은 대단했다. 특히 깃대배기에서 부쇠봉 직전까지 걷기 좋은 울창숲은 퍽 인상적이었다. 허나 끝내 조망 없이 이어지는 초록 숲길은 지루했고, 어쩔 수 없이 여름산은 더웠다. 기대했던 부쇠봉마저 구름 속에 조망 묻자 우린 끝내 지쳐 버렸다. 백천 계곡 내려서는 지능선에서 만난 한 줄기 소나기가 하늘 우르러며 오히려 반가웠다.
깃대배기와 두리봉
부쇠봉과 깃대배기봉 이후 능선은 조망 많이 아쉽다. 워낙 둥두렷한 육산릉이라 길 벗어나 기웃거려볼 바위 하나 보이지 않는다. 숲 사이 돌아보는 태백과 깃대배기봉, 두리봉 거쳐 육중한 청옥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무척 아름다운데...
차돌배기 가며 건너보는 신선봉
각화산 갈림지점 숲. 들머리부터 이리 멋스런 참나무 보인다.
차돌배기에서 신선봉 가며 숲 사이 건너본 태백산릉
곰넘이재 내려서기 전 공터에서 건너본 구룡산
곰넘이재 임도에서 건너본 옥돌봉.
버스가 무슨 가든 앞까지 올라와 있다. 포장길 오래 걷지 않아도 되니 반가운 노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