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여행/지리 설악 제주

지리 칠선계곡 제석봉골 100723

숲길로 2010. 7. 24. 23:22

코스 : 백무 주차장(08:30) - 기도터(08:55) - 알바 진행으로 창암릉 - 정상등로 삼거리(10:07) - 칠선골(10:45) - 제석봉골 진입(11:33) - 1153 폭포(13:00) - 점심 - 물 끝나는 지점(16:00) - 제석단(16:30) - 백무동길 만남(16:45) - 망바위(17:25) - 백무동(19:30)   

 

(원본 : 하봉에서)    추정 진행 경로는 연두색(창암릉 오름길은 길 벗어나 알바)

 

 

다시 지리에 든다. 염천시절, 청정계곡 물 밟으며 가는 산행은 최고의 피서이기도 하다. 

칠선계곡은 오래 전 가을 함 내려와 본 적 있으나 폭포 그림 몇과 기대보다 조금 실망스럽더란 기억 뿐이다. 설악의 화려함에 취해 있던 시절이었다.

백무에서 창암릉 넘어 칠선으로 든다. 동행도 한사람 늘었다. 몸 가벼운 전천후 산꾼, 조아님. 

바위 기도터 부근에서 또 알바(알고보니 상습 알바 포인트다) ㅠㅠ. 역시 깊고 큰 지리는 만만치 않다. 언제쯤 초보 면할런지...

 

수량 넉넉한 칠선과 대륙폭포는 힘차고 웅장했다.

염주폭 아름다운 제석봉골 들머리 지나면 잠시 멋스런 물길 이어진다. 그러나 1153 폭포 전까지는 썩 빼어난 계곡미 보이지 않고 고만고만 단조로운 물길이기도 하다. 수량 풍부한 1153폭포는 단연 압권이다. 이후 경사 가팔라지며 예쁜 소폭들 연이어 나타난다. 물밟고 물차고 오르는 길, 더위는커녕 오래 쉬면 으슬해진다. 빼꼼한 하늘 바라며 꾸역꾸역 오른다.

 

가 본 곳 많지 않으나 지리 계곡들, 저마다 개성 뚜렷하다. 어저께 국골좌골이 거친 야성미 돋보였다면, 오늘 제석봉골은 원시림 방불한 울창숲 아래 무성한 이끼바위 그득하다. 규모있는 폭포 별로 없으나 깊은 맛 일품이다.

 

물길 끝나는 지점 이르러 이리저리 더듬어 오르다 보니 장터목 산장 빤히 보이는 공터, 코끼리 바위 지척이라 혹시나 하며 따라가보니 제석단이다. 여유롭게 쉬고 하산길 나서는데 난데없이 쏟아지는 소나기 한 줄기... 순식간에 조망 앗아간다.

비맞으며 접어든 백무 하산길. 능선 벗어나면 끝없이 돌바닥 이어지는 길, 무릎 편치 않아 조심조심 느릿느릿... 

 

 

첨부터 울창한 숲 그늘을 걷는다. 능선 왼쪽 사면 따르는 길, 바람 없어도 습도 높지 않아 서늘하다.

 

빨치산 사령부 있었다는데, 그 흔적인지 혹 오래 전부터 있던 집터들인지...

  

얼굴 생김이 피아의 식별표지인 양 노골적인 표정 대비도 흥미롭지만, 풍상이 빚어낸 그로테스크는 저 조잡한 재현의 풍경을 더욱 섬뜩하고도 처연히 빛나게 한다.  

 

바위 기도터.

알고보니 두번째 기도터라는데, 위 지도상에 표기된 기도터는 좀 전에 지나쳐 버린 셈.

앞으로 지리 들 때는 선답 산행기 좀 챙겨 읽어 보아야겠다. 겹겹 무한의 등고선 실금 아름다운 지도에만 정신 팔려 정작 자상한 말글 기록들에는 소홀했었다.

 

정상 등로는 이 바위 기도터 지나기 전에서 오른쪽이다. 즉 여기까지 왔다면 되돌아가야 한다. 뚜렷하던 길은 이 지점 이후 급격히 흩어지는데, 여기를 위 지도 기도터로 착각하여 바위 왼쪽으로 감아돌며 치오르다가 결국 적당히 능선으로 붙어버렸다.

참으로 부실하기 그지없는 게 사람 마음. 이 정도 대수롭잖은 상황에선 방향 정확히 잡아 치고 가면 되는데 그렇게 하다가도 금방 인내심 잃고 흔들리고 만다. 급기야 길 오른쪽으로 벗어났는지 왼쪽으로 벗어났는지도 헷깔리며 당황하게 된다. 어쨌거나...

창암릉 붙어올라서도 잠시 방향감 흐려 나침반 확인하고 조망 트이는 지점에서 지형지물 확인 후에야  제대로 진행.  

  

짐짓 괴이쩍고 과장된 자태 보이는 고사목 줄기. 죽음의 표정 덧칠하는 생명, 이끼는 더욱 빛나고...  

   

창암릉 사면 따라 칠선골 드는 길, 물소리 시원하고 숲향 그윽하다. 더불어 걷는 아름답고 푸른 시절...

 

칠선폭.  

 이 사진 찍은 곳 가기 위해 일찌감치 신발을 적셔야 했다. 징검 바위들이 잠긴 탓이다.

 

 

계곡에 내려서 그냥 간다. 

이후 대륙폭포 쪽으로 물 건너는 지점도 신발 적시지 않을 수 없을만큼 수량 많다.

  

대륙폭. 사진으로 고도 가늠되지 않지만 30m라 한다.

한없이 바라보고 있어도 좋을 성 싶은, 호쾌하고 박력 넘치는 위용이다.

가을볕 부시던 저 꼭지에 올라 아득히 굽어보던 장면은 몇 안 되는 칠선 기억 중 하나다.    

 

계곡 옆길. 저런 무성항 이끼 볼 적마다 자꾸만 비린내골 여름 모습이 궁금해진다.

 

계곡은 더 이상 직진 불가, 우회.

 

제석봉골 들머리. 정면에 보이는 건 염주폭이라나.  

  첨벙첨벙 잘도 가시네~

 칠선 본류?

 

돌아보다. 조아님도 사진에 열중~

 

  역쉬, 폭포는 수량 많아야 볼 맛난다.

 염주폭이란 이름은 수량 적을 때나 어울리겠다.

 

위에서 굽어본 염주폭

 

 진행 방향

 

화려함 없어도 제법 멋스럽다. 

 

 또 되지도 않는 장난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