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 백병산 090208
코스 : 한보 아파트 앞(11:00) - 체육공원 - 촛대바위 - 병풍바위 - 마고할미바위 - 정상1259.3m(13:00) - 정맥갈림길 - 고비덕재 - 원통골 - 출발지점(15:00)
꿀꿀하게 이어지던 날씨, 전날의 광덕산행이 워낙 실속없어 억울함 만회하려 다시 내지른 산행.
봄날의 눈산행같은 청량함이 좋았다.
코스 짧고 조망 트이는 곳 드물어 다채로운 근원경 살필 수 없음이 아쉬웠으나, 별 기대 없었던 하산길 터벅눈 밟는 맛도 긴 여운으로 남는다. 녹음철이라면 그다지 인상적인 계곡 아니었을 터인데....
낙동정맥 백병산보다 태백산맥 백병산으로 불러야 힘차게 감겨드는 맛 느껴지는 산.
산세와 코스 일별하면,
서너군데 암릉부 돌출하지만 대체적으로 부드러운 육산이다. 특히 정상부에서 정맥 갈림길로 이어지는 육중하고 펑퍼짐한 산릉은 일대 전형적인 태백산맥 심부의 산세다.
몇 군데 암봉은 태백이나 봉화 일대에 흔한 석회암질인 듯한데 비스듬히 깨지며 풍화하는 특성이 있어 까칠하고 산만해 보이지만, 조심스레 잡고 딛고 오르기 좋은 여건을 제공한다. 물론 그 암봉들, 일단 오르면 조망 일품이나 적설기에 다 오르내리기엔 꽤 조심스럽겠다.
삼각점 있는 정상부와 정상석 놓인 바로 아래 공터 모두 조망은 없다. 그보단 정상 직전 바위에 까치발로 딛고 서면 지나온 길 한 눈에 든다.
정상에서 정맥갈림길까지는 평지에 가깝고 고비덕재 방향은 키낮은 산죽길 눈미끄럼타며 줄줄 내려서면 즐겁다. 고비덕재 공터 지나, 역시 급하지 않은 계곡길 이어진다. 별 경관은 없는 편이니, 위 개념도에서 암벽협곡이라 한 것은 개그에 가깝다. 인가(농막) 나타나면 농로 몇 가닥 나뉘지만 골따라 이어지는 길이 체육공원 앞 포장도까지 닿는다. 빙판없는 다른 계절엔 대형차량도 체육공원까지 진입하겠다.
뱀다리 ;
오늘 산행은 32인승 대형 리무진 버스편이었다. 덕분에 아주 편하게 다녀왔다. 이 산악회, 예전에도 자주 이런 화끈한 면모가 있었다. 어제 광덕산행의 그 산악회, 전날 늦게 28인승 리무진으로 변경 공지하고 회비를 5000원 더 요구하던 것과 대비된다.
산행 시작 후 첫 전망대인 촛대바위에서 굽어본다.
태백에서 함백, 은대와 매봉산까지 대간 하늘금이 한눈에 든다.
원경보다 더 눈길 끄는 것은 눈빛과 조화하는 불그스레 고운 저 산빛. 그것은 나무의 귀족, 자작나무 무리가 뿜어내는 광채였다.
우뚝한 촛대바위 뒤돌아 볼수 있는 포인트 찾아 길 벗어나 기웃거리기도 하지만 전혀 없다.
이런 산 올때마다 늘 느끼는 거지만,
잘 나가는 목공톱 한 자루 메고 다녀야 하는디...ㅋㅋㅋ
병풍바위. 생각보단 암릉 규모가 작다.
바로 앞 바위봉에서 전경을 잡으려 하나 너무 가까워 한 화면에 들지 않는다. 하여, 가로세로로...
올라서야 할 직벽높이는 3m 남짓? 제법 까칠하지만 맨 왼쪽에 달라붙어 꾸역꾸역 오를만 하다.
과연 일품 조망! 촛대바위보다 더 낫다.
사진 찍느라 처지는 사이 짱과 다른 일행은 먼저 간다. 눈까지 얹혀 꽤 조심스레 이어지는 암릉 끝지점에서 앞서 가던 이들, 내려서기 마땅치 않다며 수런거리더니 누가 로프 있냐고 묻는다. 가까이 가 보니 2m 정도의 직벽. 혼자 다닐 때는 위급시에 쓰려고 5m 짜리 하나 휴대하지만 오늘은 없다. 누군가 내놓은 슬링 하나와, 서너겹 접으면 로프 대용인 내 다용도 노끈을 합쳐 아쉬운 대로 처치.
그 줄 잡고 내려서 보니, 직벽 옆으로 바위 잡고도 그럭저럭 내려올 만하다.
병풍바위에서 진행방향(위)과 당겨본 산빛(아래).
지니온 방행. 앞에 보이는 바위가 병풍바위 싯점이다.
다시 굽어본 산빛.
오늘 산행에서 가장 벅찬 감동으로 다가왔던 게 바로 저 산빛.
진행할 능선과 백병산 정상부.
사진 아래가 병풍바위 끝지점이고 능선 도중에 보이는 암릉은 마고할미바위 일대.
발자국 때문일까? 첨엔 서너명이던 일행이 자꾸 늘어난다.
앞에선 내려갈 수 있네 없네 로프가 있네 없네 수선스러운데, 뒤에 오는 저들은 이 상황을 알기나 할까?^^
내사 느긋하게 기다리며 비슷한 사진이나 똑딱 똑딱.
마고할미바위.
좋은 길 두고 까칠하게 돌아오는 사람은 대체 모야?
조금 올라서서 굽어보니, 과연 마고할미 옆모습이 보인다. 어쩌면 고요히 선정에 든 부처 같기도...
맨 뒤 봉우리는 병풍바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