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 오공능선에서 자연휴양림으로 081225
코스 : 도촌 - 지리산교회 왼쪽 - 668.7봉 - 918봉(오공산?) - 지네바위 - 칼날바위 - 1257봉 - 지리 주릉 - 구벽소령 - 벽소령 임도 - 우수청골과 비린내골 사이 능선 - 자연휴양림 산책로 경계점 - 우수청골 하류 - 자연휴양림 - 음정(7시간 남짓)
(연두색이 진행경로)
오공릉과 광대골 일대는 아래 지도가 상세하다.
참고로 덧붙이면,
우수청골 왼쪽 붉은 실선이 소금쟁이 능선, 그 왼쪽이 생이바위골이다.
비린내, 우수청, 생이바위가 광대골 지류 중 지리 주릉에 뿌리를 대고 있는 대표적인 골들인 셈.
당초 예정은 오공릉(덕평북릉)으로 올라 우수청골로 하산하는 것이었으나, 산악회 측의 독도 착오인지 눈 뿌린 암반 계곡 산행을 피하기 위함 때문인지 몰라도 우수청골과 비린내골로 사이 좁게 뻗어내린 능선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덕평북릉, 이른바 오공蜈蚣릉 우리말로 지네능선은 퍽 재미없는 코스다.
선답 기록을 보고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 이상이다. 날씨마저 예보와 달리 눈발 슬슬 날리며 가뭄에 콩 나듯 하는 한 줌 조망마저 앗아가 버리니 그저 걷기위해 걷는 산행이 되어버렸다. 물론 당대발복의 비천오공飛天蜈蚣이라는 기상천외한 풍수적 상상력이 낳은 기이한 현장을 확인하는 재미가 없진 않았다.
길 상태는 요즘 지리산의 여느 지능선들처럼 나름 뚜렷한 편이지만, 그 지겨운 산죽이 여기서도 한 까탈 한다. 전반부 한동안 선두에 가며 눈께나 뒤집어 쓴 것이나 볼의 칼자국(?)도 그 넘들 때문...
지네능선 초입에서 주릉까지 식사시간 포함 5시간 걸렸으나, 일행 중 걸음 느린 이들이 앞을 막은 탓이 크므로 보통 걸음으로는 식사시간 제외, 4시간이면 충분하겠다.
오르는 도중 눈발 그치며 조망이 열린다. 시야는 대부분 왼쪽으로 트이는데, 그닥 멋스런 그림은 아니지만 덕평 이동의 지리 주릉과 두류, 벽송릉까지 한 눈에 든다. 굽어보면 한신골의 속살이 훤하다. 드물게 트이는 오른쪽으로는 두 귀 쫑긋 세운 형제봉이 인상적이다.
무덤 있고 조망좋은 귀퉁바우, 이걸 지네바위라 하는지 모르겠으나 생김으로는 그 아래 있는 널찍길쭉한 바위가 그 이름에 더 어울린다. 눈발친 칼날바위 통과는 조금 조심스럽지만 재미있기도 하다. 짱은 무섭다며 우회해 버린다.
조망대는 1257봉 직전이 가장 낫다. 절묘하게 바람조차 들지 않으니 시원한 눈맛 즐기며 오래 머물만한 곳이다.
칼날바위 지나며(위) & 주능선 만나 전망바위에서(아래)
(사진 찍히기 무지 싫어하는데 산악회 홈피에 내가 포착된 사진들이 있다. 내가 찍은 사진들은 맘에 안 들어 다 버리고 나니, 막상 블로그에 쓸 게 없다. 그래서 평소 안 하던 버릇이지만 궁여지책으로 내가 나온 사진을 가져다가......^^ )
벽소령 임도 따라가다 우수청골 하산 예정으로 알았는데, 불쑥 능선으로 접어든다. 벌써...? 잠시 후 선두가 우왕좌왕, 그러더니 왼쪽 골짜기로 내려선다. 이제 우수청골로 접어드나 했다.
그런데, 아니다! 얼마 후 길은 능선으로 이어진다.
한참 후에 돌아보니 우수청골은 왼쪽 지능선 하나 더 넘어서 있다. 역시 우수청골 진입지점을 애초 잘못 잡은 것. 아니면 가이드가 능선으로 맘을 바꾼 걸까?
이 산악회 특유의, 개인 산행마냥 임기응변으로 왔다리갔다리 하는 거. 나처럼 주어진 시종점과 한도 시간 안에서 자유산행 즐기려는 이들에겐 영 불편하고 못마땅한 점이다. 정해진 하산시간도 없고 종점도 갑자기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싫건 좋건 가이드 뒤를 삐개이처럼 졸졸 따라다녀야 하기에.
코스가 바뀐 것이 결과적으로는 다행이랄 수도 있겠다. 갓 내린 눈 엷게 쌓인 암반 계곡을 내려왔다면 여간 조심스럽지 않았을 터. 물론 오공릉의 실망감이 눈겨울 계곡미로 얼만큼 벌충되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더 크긴 한데, 조망 전무하고 거대한 참나무 몇 그루 외에는 도무지 인상적인 대목이라곤 없던 하산릉에 대한 애석함도 한몫 했을 것이다.
산행 마치며 돌아보는 눈발친 휴양림 계곡들...
멀어지는 광대골과 지능선들이 아름답고, 두 귀 더 쫑긋해진 형제봉도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