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들...

장마의 심심파적

숲길로 2008. 6. 19. 11:58

 

바람과 물과 소리의 나라

모르는 곳으로 길은 새로이 나서 흐르고 빛은 물길 따라 돌아온다. 낮은 곳부터 나는 천천히 오르고 있어야 하리라.


이르게 온 유월 장마다. 종일토록 토닥인 빗방울에 모서리 더욱 닳아질 어제의 바위들, 밤비 스며들어 한결 짙푸르러질 나뭇잎들.

오래토록 내리는 비는 산을 다시 쓸 것이다. 수없이 지워 다시 그릴 것이다.

비 그치는 날,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 가시기 전에, 갓 피어난, 갓 태어난 햇산을 보러가도 좋겠다.

궁금하다, 근황도 궁금하고 햇살 이후도 미리미리 궁금하다. 수억만 년의 하루, 그 중의 다시 몇 분 몇 초만으로라도.

 

그는 멀리 있다, 안개와 숲이 서로를 분간하지 못하는 경계...

 

천천히 길을 삼킨다. 소용돌이는 중심으로 수렴하지만 그의 길은 느린 물길이거나 나직이 바람 타는 불길과 같아서, 위에서 아래로 흐르거나 좌우로 흔들린다. 많이 흐려졌구나 그 얼굴.

때로 감추지 못한 몇 줄기 뜨건 물과 불 지나간 자리. 그게 아니라면, 하 많은 다정(多情)이 자주 숨죽이며 옆걸음 쳤거나 종내 놓치지 않으려 애쓰며 갔던 흔적.


장마 지나간다. 잠시 몸 비켜 놓아도 될 일이겠으나 그리하진 않을 것이니, 어둔 서녘 구름 저편으로 밤비마저 고요히 긋는다. 캄캄함이 운명이기라도 한 양 말 못할 어떤 극진의 자세가 그를 덮으며 간다. 낮은 산 넘고 또 넘듯.

천천히 나는 그를 닫는다. 이제 그가 불을 켜야 할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