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여행/속리 월악 새재권

단양 말목산 080606

숲길로 2008. 6. 7. 17:14

코스 : 하진리 - 정상 - 능선따라 - 426봉(왕복) - 천진선원 갈림길 - 새목재 향 - 666봉과 680봉 안부 -  정상 - 하진리(8시간 남짓)

아래 지도에는 새목재와 등로 모두 표시되어 있지 않은데, 새목재는 695봉과 정상 사이다.

당초에는 천진선원 갈림길 - 새목재 - 정상 - 하진리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늘 하는 얘기지만, 산행은 타이밍이다.

단양 말목산.

비 온 이튿날 흰구름 드높은 눈부신 날씨를 기대했는데, 하늘은 흐리고 능선에는 안개구름 일렁인다. 충주호가 시원스레 굽어보이는 바위벼랑에 서도 시야가 환해지지 않는다. 근원경 모두 답답할 뿐이다.

빗물 덜 가신 산길은 미끄럽고 울창 숲은 습하기 짝이 없다. 그리 덥지 않은데도 땀이 비 오듯 한다. 진종일 손수건 쥐어짜며 걸었으니 아마 올 들어 가장 많이 흘린 땀일 게다...


사람이 그러하듯 산도 겪어봐야 안다.

밖에서 보는 말목산 암릉과 인근의 제비 구담 옥순 둥지봉 등의 바위들은 하나같이 싯누런 바탕에 검푸른 얼룩무늬의 색감, 구성적인 절리선과 기묘한 형태, 미끈한 질감 등으로 매우 신비롭다. 이번 말목산행 역시 그 풍경의 기대 속에 있었다.

그러나 주능선을 덮은 바위들과 조망 암봉을 형성하는 바위 암질은 의외였다. 마사토로 풍화하는 화강암 계열이 아니라 상당히 다른 조성을 가진, 날카롭게 깨지며 너덜을 이루는 바위가 대부분이었다. 비에 젖은 그 바위들은 미끄러웠다. 하여, 짙고 습한 숲길을 숨차게 올랐다가 그런 암봉을 몇 차례 넘나드는 산행은 퍽이나 조심스럽고 까칠하게 느껴졌다.

마지막 구간에서야 비로소 일대 특유의 빛깔과 형태를 띤 암릉들이 나타났다. 그리하여 말목산에 대한 내 진작의 기대 탓에, 426봉 전후한 일대가 단연 이번 코스의 하이라이트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말목산은 가을에 반드시 다시 올라야 할 것 같다.

그 때는 하진리가 아닌 떡갈목이 마을이 기점이겠다. 새목재를 거쳐 정상을 올라, 기분좋은 능선 숲길을 따라 어슬렁거린다. 이어지는 조망 암봉들 아기자기 오르내려 426봉에 이르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충주호 물빛을 굽어보거나 하늘 닮은 먼 산빛을 우러른다. 시간 보아가며 아이스크림 바위도 다녀올까 말까...

천진암쪽으로 내려서면 성골 나루 호숫가를 걸으며 충주호에 손도 담그고 어영부영하다가, 떡갈목이 고개를 향해 천천히 단풍숲길을 접어든다... 성골의 숲 역시 새목재 가는 계곡처럼 울창할 텐데, 그 가을에는 저 숲들의 깊어가는 모습이 말목산행의 한 진수가 되어도 좋지 않을까...


심심풀이삼아 전체 산행을 좀 장황하게 정리해 보면,


하진리 버스 종점 너른 주차장에 주차. 산행 안내판도 있다.

마을길 가로질러 회관(농기계 수리소) 앞에서 오른쪽으로 돌아들면 리본이 보인다.

시멘 포장길 따라 오르다가 첫 리본 있는 곳에서 좌회전, 능선으로 든다. 시멘길 계속 따라가면 좀 더 수월하다고 하나 포장길 많이 걷기가 싫다.

 


오름길 숲에서

 

첫 봉우리 오름이 가파르게 시작되는 지점까지는 야산 자락 특유의 잡풀과 덤불 우거진 길이다. 마르지 않은 빗길이 미끄럽고 엄청 습하다. 계절 들꽃들이 많아 그닥 심심치는 않다.

곧 울창한 숲길로 접어들어 가파르게 치오른다. 꽤 숨찬 구간이지만 도중에 길 살짝 벗어나 조망대가 있다. 흐린 충주호 굽어보며 숨을 고를 만하다. 돌아올 거 없이 바로 오르면 지름길이다.

 

 

  

 

산마루에 이르니 비로소 등줄기에 한두 점 바람이 들며 서늘해진다. 밋밋한 정상까지는 큰 기복 없이 아주 걷기 좋은 산책길이다. 잘 생긴 소나무와 활엽수들로 빽빽한데 안개가 일렁이니 분위기마저 자못 신비롭다. 충주호 쪽 벼랑 끝에는 두어 군데 조망대도 있고, 사납게 치솟아 구비치는 말목산의 외모와 달리 능선 중간엔 넉넉하기 그지없는 노들 평지도 있다.

조망 없는 정상부는 정상석 두 개가 서로 다툰다. 재미있는 모습이다.

 


 

 

 

이어지는 일대는 깨진 바위들로 이루어진 너덜 지형인데 젖어 미끄럽다. 걷기에 썩 즐거운 길은 아니다. 가파르게 내려서니 암릉길이 시작된다.

곧 666 암봉. 조망이 좋다. 암릉길은 이어진다. 우회로도 보인다. 날카롭고 반들한 바위라 젖어 미끄럽고 오르내리기 조심스러워도 내쳐 직진한다. 흐린 날씨지만 일품 조망과 바윗길 더듬는 즐거움을 놓칠 순 없으므로...

 

685봉

돌아본 666봉

 

 

놀미가미 680봉 거치고 676봉 내려서며 보니, 426봉 남릉과 그 조금 못 미친 곳에 역시 남으로 뻗는 짧은 암릉이 아름답다. 두 곳 다 가 보기로 한다.

426봉 전 짧은 암릉, 공기돌 같은 바위 얹힌 곳에서 보는 426봉 남쪽 암릉이 기막히다. 잠시 왕복하면 되는데도 다녀간 이가 별로 없는 흔적이지만, 코 밑에서 보는 426봉 암릉의 박진감은 대단하다.  

 

바로 앞 바위는 그 너머 암릉 조망이 아주 좋고, 그 너머 암릉 위는 최고의 조망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