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산 감투봉 서릉 080529
코스 : 안생달 - 작은 차갓재 - 멧등바위 - 황장산 - 감투봉 - 서릉 - 안생달(놀미가미 5시간 반 남짓)
감투봉 서릉 끝 봉우리에서 보는 황장산.
초록의 계절엔, 서늘한 고산이 아니라면 시원스런 초원 능선이나 암릉 좀 불거지는 산들이 보기도 낫고 걷기도 낫다.
당초엔 투구봉 능선과 문안골을 이어보려 했었지만, 울창 수림에 덮여 북쪽으로 길게 뻗는 투구봉릉은 그닥 조망이 좋을 거 같지 않아 오래 전부터 벼르던 감투봉 서릉으로 결정.
그러나 그 코스 등로가 표기된 지도도 보이지 않고 인터넷 상의 황장산 산행 정보는 대간길이나 수리봉 릿지가 대부분이다. 까이꺼, 오르면 길이지, 산태골 초입에서 오른쪽으로 흘러내린 지능선으로 붙어보면 흐린 족적이라도 있으리라 추측...
비 온 이튿날 쾌청 조망을 기대하며 안생달 마을에 도착했으나 구름은 게으르고 습도는 높아 아침부터 겁나게 후텁하다. 초반부터 습한 계곡 숲에서 길 찾는다고 헤매다간 진 빠지기 십상이라 작은 차갓재로 먼저 올라 감투봉 서릉으로 내려오기로 계획을 변경.
작은 차갓재까지 오르는 잠시 동안 습도는 거의 100%. 친구 왈, 땀이 몸에서 솟는 게 아니라 물방울이 몸에 달라붙는 거 같다고...
능선에 드니 좀 낫다. 바람도 솔솔~~
밧줄 잡고 오르는 멧등바위 거쳐 조망없는 정상부와 우회해버리기 쉬운 감투봉까지는 금방이다. 서릉 들머리엔 리본도 두어 개 달려 있다.
워낙 산행 거리가 짧은 코스, 서릉이 아무리 까칠한들 3시간이면 충분 할 테니 널럴한 시간계획이다. 동쪽으로 좀 더 가서 수리봉 능선과 천주 공덕산이 한 눈에 드는 전망 좋은 곳에 자리잡는다. 1시간여에 걸쳐 식사하고 감투봉으로 되돌아와 서릉으로 가파르게 내려선다.
주릉을 등진 수리봉 일대가 워낙 화려하긴 하지만, 대간길 따르며 보는 황장산은 도락이나 황정 수리봉 등 인근 산들에 비해 무겁고 둔해 보이는 편이다. 섬세한 암릉미나 다양한 산빛을 드러내지 못하는 녹음철이면 더욱 그렇다.
날카로운 이빨 드러내고 굽이쳐 내리는 감투봉 서릉은 그래서 더욱 돋보인다.바윗길 걷는 아기자기한 맛이 좋고 곳곳이 빼어난 전망대다. 황장산 대간릉을 직각에서 바라보므로(이는 수리봉 릿지도 누릴 수 없는 것이다) 멧등바위에서 감투봉 너머까지 산세를 아주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특히 멧등바위 능선과 베바위 능선의 속살은 기대 이상이었다.
정보 부족으로 염려했던 등로 상태도 아주 양호하고 두어군데 밧줄도 매어 놓았다. 칼날 바위들이 더러 있지만 우회해서 기어이 오를 수 있는 것도 마음에 든다. 경사진 바위를 걷는 곳이 많아 재미나지만 비올 때나 눈길엔 꽤 위험하겠다.
아쉬움이라면 길이가 좀 짧다는 것(아무리 느리게 가도 두시간 남짓이면 끝난다)과, 들(날)머리가 예상과 달리 산태골 쪽이 아니라 사찰 반대편 구릉밭이라 하산하며 물구경 하기가 힘들다는 것.
능선 전망대에서 보는 멧등바위 암릉
도락산과 수리봉 일대.
고이 켜든 등처럼 고왔다...
감투봉 부근에서
감투봉에서 굽어보는 서릉.
투구봉릉 옆으로, 문안골로 흘러내리는 저 멋진 지능선에도 길이 있지 않을까...?
점심 먹으며 굽어본 천주 공덕산 일대
서릉 진입하면 첨부터 멋진 바위조망대들이다
우회로로 돌아 올랐더니 다들 바위를 그냥 타고 오른다.
오후 들어 바람에 세진다. 가파른 바윗길을 조심스럽게 전진...
저 바위는 우회할 듯하더니 기어이 오르게 되어 있다.
하긴 바위 능선 옆은 벼랑이니 우회가 불가능할 밖에...
누런 암장 흘러내리며 각을 펼치는 베바위 능선 뒤로 멧등바위가 고개를 내민다.
언젠가 저 베바위 능선도 함 걸어보아야겠다.
갈길을 굽어보다. 끝이 너무 가깝다.
좌우 살필 거 다 살피며 느리게 가는데도, 마냥 앉아 놀고 싶은 아지매들은 너무 빨리 가는 거 아니냐며 툴툴댄다.
안부 지나서 왼쪽으로 뻗는 저 지능선은 곳곳이 전망바위일 듯하다. 감투봉 서릉에선 황장 주릉을 대각으로 조망하고, 저 지릉에선 또다시 서릉을 대각으로 조망할 수 있겠다.
나중에 생각한 거지만,
단풍 좋은 가을날, 수리봉 능선으로 올라 저 지능선으로 내려서면 기막힌 원점회귀 코스가 될 듯하다.
전방 멀리 보이는 건 대미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