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 남부능선(080213)
코스 : 거림 - 세석 - 영신봉 - 능선길 러셀하며 - 음양수 - 석문 - 삼신봉 - 청학동(8시간)
작년 봄 벽소령 산장에서, 지리산을 백 수십 번 드나들었다는 이에게 물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지리의 모습 한 장면을 꼽는다면 어떤 거냐고.
그는 서슴없이 답했다. 하얗게 눈 덮여 햇살에 빛나는 모습이라고...!
겨울 지리는 천왕과 반야 쪽 기억이 전부인 거 같다. 당연히 겨울 남부릉은 처음이다.
남부릉은 지리산 지능선 중에서 비교적 화려한 편이다. 내가 피상적으로 느끼는 지리의 면모는, 부드러운 윤곽 곳곳에 감추어진 까칠함과 아득한 시공간의 깊이가 때로 섬뜩할 만치 신비로운 거리감으로 나타나더라는 것인데, 남부릉 역시 그 느낌에 잘 어울리는 곳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주 등로만 따라가면 조망 좋은 암릉 구간을 다 우회해 버린다. 은근히 힘든 오르내림에 시달리다가 지루해지기 십상이다. 길을 살짝 벗어나 있는 조망바위마다 올라서 둘러보고 굽어보는 품을 팔아야 하고, 하이라이트 조망 구간인 영신대에서 음양수까지는 통제를 피해 일부러 찾아들어야 한다.
(작년에 안개를 헤치며 통제구간을 따라 올라온 적이 있는데, 줄곧 이어지는 바위 전망대들에서 굽어보고 둘러보는 안개 속 풍광은 감질나면서도 등줄기 시린 것이었다).
오늘, 바람은 매섭고 공기도 차갑지만 최고의 쾌청 조망을 놓칠 순 없다. 영신봉 아래 헬기장부터 러셀을 해가며 능선을 잇는다. 무릎까지, 어떤 곳은 허벅지까지 차는 눈을 헤쳐 가자니 숨이 턱에 찬다. 곧 낙남 종주팀을 만나 좀 수월해지나 싶었는데, 오르내리는 러셀이 힘든지 조망좋은 능선 날망을 버리고 비스듬히 왼쪽 아래 숲으로 빠져버린다. 결국 음양수까지 혼자 러셀하며 바위 조망대 오르내리면서 진행한다.
남부릉 곳곳에서 굽어보는 산빛 물빛, 어김없는 계절의 윤회는 준엄했다. 깊고 깊은 지리산이지만 입춘 지난 2월 중순의 산빛은 붉고 은은하게 물들어온다. 삼신봉에서 굽어보는 오후햇살 아래 청학동 계곡은 더 이상 한겨울이 아니었다. 산행 내내 자꾸만 시선 달아나던 눈부신 남쪽 나라, 그 곳으로부터 봄은 소리 없이 다가오고 있었던 거다.
거림골 모습
남해바다와 삼천포 와룡산이 선명하다.
광양 백운산도 아주 가깝게 보인다(왼쪽이 억불봉)
세석 습지를 가로지르는 물길 모습
올려다 보는 세석평전
산장에서 굽어보다
영신봉 오르며 돌아보는 촛대봉
반야봉과 노고단, 왕시리봉릉...
먼 백운산과 내삼신봉 사이 성제봉릉?
천왕봉릉
당겨보다
촛대봉과 시루봉
당겨본 덕유. 왼쪽 쌍봉이 남덕유, 오른쪽으로 삿갓, 무룡, 백암 그리고 향적...
남해쪽. 태양 고도가 높아지며 바다는 많이 흐려졌다.
영신봉 내려서며 돌아보다
당겨보다
가야할 남부릉을 한눈에 바라보다
대성골쪽 가파른 능선
세석을 돌아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