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여행/속리 월악 새재권

가령 낙영 도명산(080210)

숲길로 2008. 2. 11. 14:11

코스 : 자연학습원(10:00) - 거북바위 능선 - 가령산 - 무영봉(12:40 점심) - 낙영 헬기장 - 능선따라 - 오른쪽 우회로 - 도명산(15:30) - 화양3교(16:40) - 산책로 따라 - 자연학습원(17:20)

 

 

(위 부산일보 지도에는 무영봉이 낙영산으로 표기되어 있음)

 

도명 낙영은 몇 차례 올랐지만 가령산은 첨이다.

어제(2.9) 눈이 내렸다기에 멋진 설경을 기대했는데 적설이 별로다. 그나마 남쪽 사면은 녹았다 얼은 위에 미끄러지기 좋을 만큼만 얇은 눈이 덮였다.


그러나 산의 즐거움은 윤회하는 계절의 새로움이다. 다시 만나는 길들이 낯설게 떠오르며 손짓하고 다른 얼굴로 다가온다. 

무영 낙영의 거침없는 조망은 단연 최고였다. 사북릉에서 입석대까지 속리의 검푸른 톱날 암릉, 대야에서 조항 청화로 굽이치며 흐르는 능선, 군자산군의 의젓한 봉우리들... 뿌연 대기에 흐린 원경이지만 낯익어 더 반가운 것들이 새로움 찾는 산행의 뼈대요 실속일 수도 있겠다. 

낙영산과 무영봉, 어떤 이유에선지 이 두 봉이 헷갈리게 표기된 지도가 꽤 있다.  몇 년 전 무영봉 첨 오를 때 그게 낙영이라 여겼다(착각인지 몰라도, 그 때 무영봉에서 낙영산 정상석을 함께 본 기억이 있다).

다투는 그림자들, 무영과 낙영. 그림자 몸은 제자리인데 떠도는 이름들이라니... 흥미로운 일이다.


어쨌거나 눈빛이 아주 깊진 않았으니 2 % 부족한 설경 산행. 굶주린 시선은 산릉의 북쪽 자락을 주로 탐하게 되는데, 특히 쌀개봉과 조봉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북사면 암릉 눈빛은 예정 코스를 뿌리치고 싶을 만큼 강렬한 유혹이었다. 도명산 향하며 돌아보는 무영봉과 쌀개봉 쪽 산빛도 기막히다. 그러나 막상 눈덮인 도명 암릉 오르기가 겁나 정면으로 치오르는 대신 뒤로 우회한다. 설 연휴에 굳은 몸이 무겁기도 했고...

덕분에 기대하지 않았던 멋진 조망대와 나중에 가 볼만한 짧은 암릉길 하나 눈에 담아 왔지만, 정상 조망은 기대만큼 아니었다. 역광의 오후 햇살에 흐리고 답답했다. 도명을 먼저 오를 걸 그랬나...

 

코스 참고 ;

화양천 건너는 일이 수월치 않다. 물살 센 곳은 깊이 얼지도 않았고 딛고 갈 바위마저 반들거린다. 조금 거슬러 가보니 강바닥 전부가 단단하게 얼었다. 조심조심 건넌다.

부산일보 코스 쪽(백골사거리)으로 리본이 훨씬 많으나, 거북바위 쪽이 전망도 좋고 재밌는 암릉도 있다기에 그리 갔는데 과연 그랬다.

거북바위는 칠보산 거북이처럼 멋있진 않다. 우회하는 커다란 바위의 옆모습이 거북이 비슷하나 강한 인상은 아니다. 거북이 지나면 짧은 암릉 구간이다(우회 가능). 벼랑 끝 조망대가 멋지다. 내려서는 지점에 걸린 로프가 불안하여 바위만 잡고 내려오려니 몹시 조심스럽다.

가령산은 전혀 조망없이 밋밋하다.

 

603봉 북쪽으로 능선따라 잠깐(1분) 가보니 멋진 조망대가 있고 그 아래 <암벽하강> 표지판이 있다. 참고로, 도명 낙영산 일대는 군대풍의 촌스런 시설물들이 많이 보이는데, 지금은 모르겠으나 무영봉 북릉과 603봉 북릉은 공수훈련장으로 출입금지라 적힌 지도도 있다.

오늘 다시 보니 무영 북릉은 도명 낙영산에서 가장 인상적인 능선이다. 몇 년 전 능선따라 진행하다 인봉골로 내려섰는데 지금은 암벽 우회해가며 전구간 길이 있지 않을라나? 파천 기점의 시루바위 능선과 연결하여 다른 계절에 한 번 걸어보아야겠다. 멋진 하루코스 암릉 산행이 될 거 같다. 

 

 

오르며 돌아본 대야 - 조항산 능선  

거북바위 지나서, 눈으로 미끄러운 암릉을 힘들게 기어오르니 멋진 전망대(우회로로 가면 지나침).  

정면 시루바위 능선 너머 도명산과 조봉산이 봉긋하다 

전망대를 돌아보다. 매달린 밧줄이 낡아보여 바위만 잡고 내려오느라 애먹었다

 

가령산 오르는 다른 능선(부산일보 코스). 저 봉우리는 352봉일듯... 

 

도명산을 당겨보다

 

609봉 직전의 지능선 조망대에서 바라본 무영봉(위)과 당겨본 산비탈(아래).  

 

 시루바위 능선. 언젠가 저 능선과 무영봉 북능선을 한번 끝까지 이어보고 싶당~

무영봉 직전 조망능선에서 - 대기가 많이 흐리다. 그러나 속리의 톱날릉은 언제 봐도 멋지다  

백악산과 속리산

 

낙영 조봉산(왼쪽 봉우리)과 도명산(오른쪽) 

낙영 조봉을 당겨보다 

 무영봉 남릉과 백악 속리...

당겨보다 

낙영암릉 

 

 

 

낙영남릉을 돌아보다.

다른 계절에는 그다지 눈길을 끌지 않지만 겨울 낙영에선 가장 멋진 능선 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