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여행/속리 월악 새재권

상주 백악산(070823)

숲길로 2007. 8. 24. 14:03

코스 : 입석초교 - 수안재 - 대왕봉(왕복) - 돔 바위 - 정상 - 능선따라 - 석문사 - 옥량폭포 - 휴게소(여유롭게 바위봉들 다 기어오르내리며 6시간 30분)

 

'사랑은 타이밍이다' 는 영화 <2046>의 진부한 멘트지만, 산행 또한 타이밍이다.

백악산은 몇 년전 몹시 무덥던 유월 어느 날 올라 오랜동안 더운 산으로 인상이 박혀 있었지만, 어제 만난 산은 그 날의 백악이 아니었다. 각이 살짝 낮아진 듯한 햇살과 한결 건조해진 바람에선 다른 계절이 느껴진다. 가는 길에 본 들판과 길가의 풀과 꽃들도 빛깔이 달라졌다. 햇살은 따갑지만 가을은 벌써 저만치 와 있는 게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새로운 면목을 보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 늘 같은 산이 아니기에 오르고 또 올라도 매번 다른 산이다. 우리도 그처럼 나날이 새로울 수 있다면야...!  

 

백악산은 속리산 최고의 조망대 중 하나다. 특히 푸르른 날, 서북릉의 톱날 하늘금을 바라보는 쾌감은 비할 데가 없다. 또 비스듬히 돌아보는 낙영산의 모습도 매우 아름답다.

그러나 천황봉과 문장대 사이 화려하게 형성된 암릉은 방향이 조금 아쉬운데, 백악산 헬기장에서 건너보이는 791봉이나 대간길 경미산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다음에 백악 오를 때에는 반드시 그 코스로 가 보아야겠다.

 

별 기대 없었던 꽃과 식물들 또한 잔잔한 즐거움이었다.

초입 개울가엔 벌써 갈대가 꽃을 피워내며 가을을 부르고 있다. 화강암이 풍화된 마사토가 주된 토양인 건조한 능선에 올라서니, 잎에 가시가 있거나 없는 며느리밥풀꽃과 연보랏빛 모싯대와 잔대가 보인다. 원추리도 한 개체씩 자주 눈에 띈다. 군락을 이루며 하나의 꽃대에 여러 개의 풍성한 꽃뭉치를 피워올리는 기름진 덕유산 원추리와 달리 하나의 꽃대에 꽃 하나만 길게 뽑아올린다. 고고함마저 느껴지는 단아한 자태다.

꽃에 대해 별 아는 바는 없지만 산행 중에 꽃과 사귀려면 걸음 늦추고 눈높이도 낮추어야 한다. 짙푸른 녹음 속에서 자칫 단조롭게 앞만 보고 가기 쉬운 여름산행길을 한결 다채롭고 묘미있게 해 주니 그 또한 고마운 일이다.  

 

 낙영산을 돌아보다

일행 모습을 당겨보니...  

우회로 두고 치오른 바위에서 

 정상 전 조망대에서 주릉을 돌아보다

 암봉을 당겨보다 - 설악 1275봉에서 보면 박쥐처럼 생긴 나한봉 암릉의 윤곽과 비슷.

 암봉만 더 당겨보니...

 백악 주봉과 속리 톱날릉

 문장대(맨 오른쪽 뾰족봉) 왼쪽의 산들 

 그 산들을 더 가까이...

 문장대와 관음봉을 중심으로

상학봉 쪽과 미남봉

 미남봉 위를 날아가는 헬리콥터

 괴산 문경의 명산들 - 왼쪽부터 군자, 남군자, 보배, 칠보, 악희, 장성, 대야, 조항, 둔덕, 청화 등등...

 당겨본 대야산과 그 뒤 장성봉

 조항산과 청화산(맨 오른쪽)

 하산 능선의 아기공룡 바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