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봉산, 은대봉과 함백산(070815)
코스 : 매봉산 풍차(차량편). 두문동재 - 은대봉 - 함백산 - 만항재 - 화방재
태백 일대는 여름 산행지로 으뜸이다. 고원지역 특유의 시원함이 있고, 접근이 수월한 부드러운 육산들이라 힘들지 않고, 들꽃 초원 꽃구경과 더불어 조망 또한 일품이다.
당초 매봉산부터 금대 은대 함백을 거쳐 화방재까지 갈까 했지만 대간종주도 아닌데 바삐 걸을 이유가 없다. 매봉산은 차로 다녀오고 두문동재에서 화방재까지만 걷는다. 곳곳에 무리지어 피어난 들꽃 구경하며 구름 오르내리는 먼 산릉 조망까지...... 어슬렁거리며 걸으니 6시간이 넘게 걸린다.
워낙 천천히 걷다 보니 자연 동행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눈다. 누군가 묻는다.
부부가 함께 산에 다니며 보고 듣고 느끼고 서로 나누는 얘기 등을 기록으로 남겨 뒷날 자식이 보게 하면 그들이 자신의 부모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일리 있는 말이고 그다지 힘든 일도 아니다.
그러나 조금 달리 생각한다. 내게 산행은 그저 풍경이다. 쉼 없이 흐르는 것이다. 나누는 얘기도 객관적인 정보나 지식이 아니라면 역시 풍경의 일부다. 자연 속의 서로 다른 생명체들이 느끼는 미묘한 울림과 떨림들이 각자의 몸과 마음을 빌어 표정과 말로 온다. 그래서 어쩔 수 없는 풍경이다. 산행은 우리 삶의 덧없음을 가장 잘 구현한다. 사로잡았다고 느끼는 순간 이미 사라지고 없는데 대체 무얼 ‘더 잘’ 이해하게 할 수 있을까...?
자식이 보고 느끼는 부모의 모습은 그 자체로 자식의 삶의 일부일 뿐 부모를 더 많이 이해하고 아니고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앎의 폭이 달라지면 인상도 바뀐다. 그것은 세월과 함께 변해가는 내면 풍경이며 살아가는 과정이다. 누군가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고 느끼는 건 좀 더 잘 사는 법을 터득해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장 가까운 사이를 포함해서 모든 타인의 모습은 어쩌면 저마다의 우물에 비친 왜곡상이다. 스스로 생각하는 내 모습과 그가 보는 내 모습이 같을 수 없다. 그 어긋난 틈에서 말은 생겨나고 자란다. 때로 지나치게 무성해진다. 그 때는 말하면 말할수록 뜻은 흐려지고 의도만 도드라진다. 모든 어긋남과 안타까움의 풍경, 그것이 삶과 세계의 모습이다.
우리는 기껏해야 스스로의 취향만을 기록할 수 있다. 나를 더 잘 이해시키고자 하면 그 의도까지 함께 기록되어 읽혀진다. 서로에게 별 재미없는 일이다.
매봉산 풍력발전기와 고랭지 채소밭
멀리 달바위봉이...
층층이꽃
흰송이풀
무슨 꽃?
뚝갈?
각시취
구릿대
긴산꼬리풀
둥근이질풀 - 함백산 정상부에 꽃밭을 이룬...
중함백과 함백산
함백산 정상 오르며 돌아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