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여행/지리 설악 제주

지리 남부능선(070722)

숲길로 2007. 7. 23. 18:28

코스 : 청학동 - 삼신봉 - 한벗샘 - 음양수 - 영신봉 - 세석 - 한신계곡 - 백무동(총8시간 30분)

 

청학동에서 둘러보니 능선에 걸린 구름 위로 파란 하늘이 보인다. 살랑대는 바람과 쾌적한 산공기. 저 구름만 벗겨진다면 장마철 중간에 운 좋게 만나는 초가을 같은 날씨가 되지 않을까, 여름답지 않게 남해바다까지 아른거릴 조망 제일의 능선산행을 기대해 본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8부 능선 위를 덮은 구름은 산행 내내 요지부동이고 바람도 거의 없다. 산길이 재미없으니 오랜만에 나선 몸은 또 어찌나 무거운지....

맑은 날이면 곳곳에 불거진 풍상 깊은 바위들에 올라 깊고 너른 숲바다를 굽어보며 큰 기복 없이 굽이쳐 흘러갈 남부능선이지만 오늘따라 길은 한없이 멀고 울창 숲은 질식할 듯 답답하다. 검푸른 바위 등지고 건너보는 먼 산빛이 신비롭던 음양수 샘터도 철철 넘치는 물바다가 인상적일 뿐 북적대는 인파로 심드렁하고 물맛조차 별로다.

세석으로 곧장 드는 길 대신 영신봉 오르는 능선으로 접어든다. 인파 벗어나니 조금 숨통이 트인다. 관목 덤불 사이 빼꼼히 이어지는 길을 벗어나 바위조망대를 더듬는다. 캄캄한 안개바다 대성골, 구름이 더욱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그나마 오늘 산행의 지루함을 덜어 준 건 여름 한 철 만발하는 꽃들이다. 걷는 길 내내 여러 꽃들이 심심찮았지만, 영신봉 자락 일대 초원은 곳곳이 꽃밭이다. 특히 일월비비추와 지리터리풀, 노루오줌풀, 며느리밥풀꽃, 짚신나물등이 한창 무리로 만발해 있다. 부족한 조망을 대신하는 여름 산행의 즐거움이다.

영신대를 찾아 들러보고 싶지만 산악회의 빠듯한 하산 종료시간이 여의치 않다. 어차피 조망도 없으니 다른 계절에 들르는 게 나을 듯...


10년만의 한신계곡은 시설물이 무척 많아진 느낌이 들 뿐 거의 기억이 없다. 폭포 많기로 유명한 한신계곡답게 수량 풍부한 장마철 곳곳이 폭포다. 그러나 경관 좋은 중하류부에선 정작 길이 계곡을 한참 벗어나 아쉬움이 있다. 폭포마다 다녀오고 싶지만 피곤한 몸은 간곡히 거절을 표한다. 훗날, 갈수기에 계곡을 따라 치오르는 산행을 계획해 볼까...


뇌리 깊숙이 박힌 단풍 절정 남부능선의 인상이 망가지는 느낌과 함께 몹시 힘들게 느껴졌던 하루였지만, 제각기 다른 얼굴로 반짝이던 형형색색 꽃들과의 만남으로 위안삼았던 산행. 

 

음양수 샘터 참바위취 - '물방울 속의 우주'라는 말씀이 생각나던...

 

 안개바다 등지고 피어난 돌양지 - 영신봉 아래 

 

 물레나물

일월비비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