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로 2007. 6. 4. 17:37

코스 : 증산교 - 민둥산 - 지억산 삼거리 - 불암사 - 화암약수    

 

 

 

 

 

 

부드럽기만 하던 그 가을의 억새능선이 소백과 덕유를 넘보는 칼바람길로 변해 있었습니다.

돌아본 정상부도 지금 살벌한 눈바람이 몰아치고 있는 듯 많이 흐려 보입니다.

그런데 (사견이지만) 규모도 크지 않은 산, 목책은 왜 자꾸 더 늘어나는지.... 산행로가 아니라 무슨 드라마 촬영장이나 공원처럼 조잡한 느낌도 들더군요.

 

 

 

힘들수록 가볍게 가볍게!

걷는 건지 미끄러지는 건지, 먼 산 바라보며 쉼없이 발걸음을 재촉하며 나아갔습니다. 볼탱이는 얼얼해도 아무도 밟지 않는 눈이 무릎까지 차는 곳을 지날 때는 잠시나마 심설산행 맛이었습니다. 여기가 과연 그 민둥산인가... 

 

 

 

걸음 멈추고 한참을 서성거린 곳.

아내는, 아름다운 영상과 신비로운 사랑이야기로 삶과 죽음에 대한 속깊은 성찰을 보여 주었던 이와이 슌지 감독의 수작 <러브 레터>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고 했습니다. ‘오겡끼 데스까~~!’ 를 외치던 바로 그 장면.

돌아보고 또 돌아보면서 휘날리는 눈 속을 걸어 내려갔습니다.

문득 이와이 슌지나 허진호 감독의 멜로 한 편쯤 보고 싶어지네요...